너에게 속한 것 : 북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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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그린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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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학동네
저자 가스 그린웰
ISBN 9788954679572 (8954679579)
정가 14,800원
판매가 13,320원(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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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그린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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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소설가)

우리는 사랑일까_______거래일까 미트코 B와 나는 NDK 지하 화장실에서 만났다. 그와의 첫 만남이 배신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그때의 나는 경고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소설가 박상영 추천? “『너에게 속한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퀴어문학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문학이다.” * 브리티시 북 어워드 올해의 데뷔작 상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셀러 * 14개 언어로 번역, 9개 국가 50여 개 매체 ‘올해의 책’ 선정 * 뉴욕 타임스 에디터스 초이스 선정 * 내셔널 북 어워드, 펜/포크너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후보





목차
I 미트코…9
II 무덤…99
III 매독…173

감사의 말…311
옮긴이의 말…315
책속으로
우리가 처음 만난 국립문화의전당 화장실 같은 곳에서 경고란 공기와도 같은, 어디에나 있고 빠져나갈 수 없는 요소라 그곳에 서식하는 사람들의 일부가 되고, 따라서 우리를 그리로 끌어들이는 욕망의 본질이 되어버린다. _본문 11쪽시 특유의 청아한 소리에 이르지 못하는 삶, 어색함과 흘려버린 기회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쩌면 견딜 만했던 삶, 어느 정도 내가 선택했고 계속해서 선택해온 삶. _본문 57쪽자아를 온전히 인식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작별이라고, 남은 평생 회복하고자 애쓰게 될 상실이라고. _본문 60쪽나는 그가 술을 마신다는 사실과 그가 하는 일에 따르는 위험에 대해 생각했고, 잠깐은 그를 필사적으로 구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무엇으로부터 구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게 터무니없는 욕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를 구하려면 내가 원하지 않는 관계를 상상해야 했고, 게다가 미트코는 구원받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한 적도 없었으니까. _본문 70쪽진실만 말해. 그가 말했다. 마음에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하지만 내 마음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나는 생각했다. 그 의미라는 것이 내게서 완전히 도망쳐버렸는데. _본문 87쪽아버지는 내가 느꼈던 안전함을, 아버지와의 연결을, 그 최초의 연결에 대해 내가 품고 있던 확신을 거두었다. 그날까지 나는 그 연결이 다른 모든 연결과 마찬가지로 녹아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건 나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내게서 물러나면서 내가 무언가 덜 현실적인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 자신의 실체감이 줄어든 것 같았다. 나 자신의 실질성에 대한 확신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내가 녹아내릴지 모르는 무언가가 된 듯했다. _본문 121쪽나는 매독이 문학작품에서 아무리 끔찍하게 그려진들 쉽게 치료되는 병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내게 필요한 건 그저 항생제, 어쩌면 주사 한 대뿐이었다. 창피해하는 건 멍청한 일이라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 매독도 다른 병과 같은 감염병일 뿐이었다. 하지만 접수대로 다가가면서는 이중 어떤 생각도 내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그 감정은 강력하고도 뿌리깊은 수치심의 일부였다. 첫 만남부터 이런 뒤늦은 결과에 이르기까지 미트코와 나의 모든 사연도 그저 그 수치심을 한번 더 반복한 최근의 사건에 불과했고. _본문 194쪽어쩌면 나는 그저 세상이 어떤 의미를 띠기를 바랐던 것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 바란 그 의미는 징벌이었다. _본문 203쪽나는 말하자면 그 질병의 시학에, 그러니까 수치심의 후광 혹은 불쾌한 공기에 다시 붙들려 있었다. 더러워진 기분이었고 나 자신을 어딘가에 숨겨버리고 싶었다. 이 질병에 대해 알 만큼 알았지만 다른 사람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강박적으로 손을 씻었고, 대부분 교사들이 손닿는 곳에 두고 쓰는 작은 손소독제를 집착적으로 사용했다. 할 수 있는 한 집에 머물렀으며, 나가야 할 때면 거리나 식료품점의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그들을 밀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며 어떤 접촉이든 피했다. 개인 공간에 대한 감각이 너무도 다른 이곳에서는 퍽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전에도 아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질병 이상의 무언가로 느껴졌다. 수치심에 대한 신체적 확인처럼. _본문 209쪽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 혹은 그것들을 진정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우리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없으며, 눈을 돌리기란 너무도 쉽다. _본문 228쪽나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주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그 점이, 흥정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모욕적이었던 게 틀림없었다. 이제는 내가 그의 치욕을 좋아했던 것인지, 나 자신의 너그러움에서 누린 기쁨이 바로 그것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아무 보답도 필요없다고 주장하면서 미트코한테 필요한 것을 주는 방식으로 그를 모욕하며 즐거워했던 걸까. R가 맞았다. 미트코가 무언가를 받아가는 일에도, 나 자신의 거짓 동기에도 끝이 없을 터였다. 우리 사이에 공동의 토대는 존재할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품위 있게 굴 방법을 절대 찾지 못할 것이다. 끝내야 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미트코가 주는 쾌락을 포기해야 했다. 뻔한 쾌락만이 아니라 친절을 베푸는 데서 오는 쾌락, 내가 친절이라고 이해했지만 이제는 다른 것일지도 몰라 두려운 무언가로부터 오는 쾌락까지도. _본문 249쪽나는 메모를 남겼다. 내가 녀석에 대한 시를 쓰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 시가 될 것이다. 진실한 동시에 거짓된, 진짜 인상을 대체하는, 내가 만들어낸 인상. 나는 늘 시를 짓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그것들을 보존하고 그 순간을 두 번 살아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아니, 오히려 그 순간을 더 완전하게 살아내는 방법, 경험에 더 풍부한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눈에 담고 싶어서 녀석을 돌아봤을 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는 상실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 녀석으로 구성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녀석을 작아지게 만들 것이다. 나는 무언가를 시로 바꾸어놓으면서 내가 실제로는 그것을 외면하는 게 아닌지, 세상을 보존하는 대신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게 아닌지 궁금해졌다. _본문 280쪽내 몸을 따라 그의 몸 전부가 느껴졌다. 비록 불완전하고 위태롭고 간헐적이라 해도 내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했던 그의 몸. 그의 목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그를, 땀과 알코올에 절은 그의 시큼한 향을 들이마시자 내 두 손과 입으로 너무도 상세히 알고 있는 이 형체가 녹아 없어진다는 것이, 그냥 녹아 없어져버린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내게 그토록 소중한 이 몸이 죽는다니 견딜 수 없었다. 내가 그를 더욱 꽉 끌어안았음에도 우리 사이에 벌어진 공간은 좁혀지지 않았고, 나는 나 자신이 그 공간의 너머, 건강한 쪽에 남아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자신은 미트코와 함께 머물지도 않을 것이고 그가 마주한 죽음을 마주보지도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_본문 292쪽지금의 나는 사랑은 그냥 누군가를 바라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랑은 그 사람들과 함께 바라보는 것, 그들이 마주보는 것을 함께 마주보는 것이다. _본문 292쪽나는 신을 사랑해. 노 멘 네 메 오비차, 하지만 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신은 강한 자를 사랑하고 나는 강하지 않아. 그는 다시 울고 있었다. 긴장하면 튀곤 하던 그 이상하고 높은 음정으로. 그분은 강한 자를 사랑해. 그는 계속해서 그렇게 말했다. 구호를 외치듯 혹은 기도하듯 그 말을 되풀이했다. 신은 강한 자를 사랑해. 그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난 강하지 않아. 이스캄 마이카 시. 그때 그가 말했다. 엄마가 필요해. 그러더니 또다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내 손을 잡고 꼭 쥐었다. 형은 신을 사랑해? 신은 형을 사랑해. 그가 말했다. 형도 신을 사랑해야 해, 신은 형을 믿어. 형도 신을 믿어야 해. _본문 294쪽형은 진짜 친구야. 그가 말했다. 이스틴스키, 형은 나를 여러 번 도와줬어. 나는 도움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그 거래들을 떠올리고서, 하지만 내가 한 일은 널 도와준 게 아닌데, 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그를 차지하려 했을 뿐이었다. _본문 300쪽거리에 홀로 서 있는 미트코를 본 나는 다시 그에 대한 슬픔으로 가득찼다. 그가 언제나 혼자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기 자리를 한 번도 찾지 못한 채, 이제는 그에게 거의 완벽하게 냉담한 세상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에게는 세상에 작은 파문이나마 일으킬 능력조차 없었다. 세상이 굳이 귀를 기울일 만한 소리를 낼 힘이 없었다. _본문 309쪽서술자가 섬세한 애정을 담아 그려낸 미트코의 매력적인 모습은 서술자와 독자 모두의 머릿속에 지배적으로 남아 그를 인간쓰레기로 취급하는 경향을 강하게 거부하도록 만든다. 미트코 자신도 누가 그를 가엾게 여기거나 계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니 서술자로서는 대체 미트코 같은 아름다운 소년을 망가뜨리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구원의 손길을 뻗으려고 하면서도, 이런 자신의 생각조차 미트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건 아닌지, 그의 모습을 글로 포착하려는 시도조차 그의 모습을 앙상하게 왜곡하는 건 아닌지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_본문 320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출판사 서평
출간 즉시 클래식이 된 전설의 데뷔작가스 그린웰의 장편 『너에게 속한 것』은 사랑과 애정, 미움과 혐오로 단순화되기 쉬운 인간의 감정이 실은 수백 수만 가지의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가 가스 그린웰은 첫번째 장편소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련되고 가독성 높은 필치로, 인간 조건과 사랑의 본질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너에게 속한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퀴어문학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문학이다. _박상영(소설가)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와 W. G. 제발트처럼 생각하고 쓰는” 작가 가스 그린웰의 장편 데뷔작 『너에게 속한 것』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그린웰의 작품이다. 하버드대학교 영미문학 Ph. D. 과정에 있던 중 돌연 대학원을 떠난 그린웰은 불가리아 소피아의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타인의 삶과 주변의 세계를 탐구하며 소설가로서의 길에 발을 내디뎠다. 『너에게 속한 것』의 1부 ‘미트코’는 작가가 불가리아에서 생활하던 중 집필해 2010년 발표한 중편 「미트코」를 고쳐 쓴 것인데, 중편 「미트코」는 마이애미대학교 출판부 중편소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6년 출간된 『너에게 속한 것』은 “출간 즉시 클래식이 되었다” “전무후무한 단 하나의 작품” 등 데뷔작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찬사를 받으며 그해 브리티시 북 어워드 올해의 데뷔작 상을 수상했고 전미도서상, 펜/포크너상 등 6개 문학상의 후보에 올랐다. 또한 1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9개 국가, 50여 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불가리아 동성 커플의 애틋하면서도 위험한 로맨스를 다룬 이 작품은 시적인 문체와 세련된 내면 서사를 통해 성소수자로서의 경험과 정체성은 물론 인간 조건과 사랑의 본질, 관계의 정치성, 문학에서 재현의 문제에 대한 밀도 높은 통찰을 보여준다.내가 사랑하고 욕망하고 연민했던 너는 누구였을까
우리의 사랑은 어디에 속해 있었을까투명함(혹은 투명하게 보이는 겉모습)과 신비로움을 이렇게 잘 뒤섞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내게 미트코는 지나치게 노출된 동시에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어막 뒤에 숨겨진 것처럼 보였다. _본문 30쪽불가리아 소피아의 아메리칸칼리지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는 미국인 ‘나’와 미트코는 국립문화의전당 지하 화장실에서 만났다. 문화의전당의 환한 입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그곳은 게이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곳이었고 그 목적이 아니면 거의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았다. ‘나’와 미트코는 거래 상대로 만났다. ‘나’는 그곳의 쓰임과는 어울리지 않는 미트코의 천진한 모습,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몸을 보고 단숨에 마음을 빼앗겼고 한순간이라도 그를 차지할 수 있다면 제시된 금액의 몇 배도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거래를 성사하지만 미트코는 흥분을 연기하는 ‘사소한 배신’을 저지르고, 이런 첫 만남 때문에 ‘나’는 미트코를 더욱 갈망하게 된다.
두 사람은 지하 화장실에서 만남을 지속하다 이내 ‘나’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미트코는 ‘나’보다 최신 전자기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냉장고를 뒤져 음식을 꺼내 먹고, 약속된 거래가 끝나고 나면 보란 듯이 ‘나’의 노트북으로 다른 남자들과 화상 채팅을 하며 만날 약속을 잡는다. 그리고 떠날 때면 자신의 궁핍한 사정을 토로하며 돈을 받아 간다. 미트코는 그런 ‘나’의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하고 오히려 ‘나’는 그런 미트코의 모습에 속수무책으로 끌린다. ‘나’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서 분명 미트코보다 우위에 있고 두 사람의 거래에서 갑의 위치에 있지만 언제나 관계의 주도권은 미트코가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미트코가 ‘나’의 돈과 호의를 은근히 갈취하는 듯한 상황이 반복되자 ‘나’도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관계의 주도권을, 고객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만남을 그만두려고도 해보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나는 이런 기쁨의 얼마만큼이 미트코 때문인지 궁금했다. 그가 함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만든 형편없는 식사를 그가 그토록 기쁘게 먹는다는 사실 때문일까? 그리고 이런 기분 중 얼마만큼이 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 과거는 제쳐두고 기꺼이 자비를 베푸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에 달려 있는지도 궁금했다. _본문 186쪽또 한편으로 ‘나’에게 찾아드는 감정은 연민이다. 젊고 아름답지만 일자리도, 주거지도 일정치 못한 미트코에게선 어딘가 닳아버린 듯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린 듯한 분위기가 풍긴다. 거의 숙명처럼 느껴지는 미트코의 불운한 처지에 대한 연민이 그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육체적 갈망만큼이나 ‘나’의 마음속을 세차게 휘젓는다. ‘나’는 어떻게든 그를 암흑 같은 수렁에서 구해내고 싶다. 너무 마른 그를 먹이고 너덜너덜해진 옷을 갈아입혀주고 싶다. 밝고 따뜻한 이곳에 머물게 하고 싶다. 세상의 관심 밖에서, 아주 작은 파문이나마 일으킬 능력조차 가지지 못한 채 혼자인 그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싶다. 하지만 이건 진정한 연민이고 자비일까, 아니면 또다른 소유욕일까. 어쩌면 이건 사랑일까? ‘나’에게 미트코는 누구일까. 연인일까, 포식자일까, ‘길 잃은 양’일까? 미트코에게 ‘나’는 고객일까, 친구일까, 먹잇감일까? ‘나’의 마음이 욕구와 연민을 포함한 갖은 감정들로 넘실거리는 동안에도 ‘나’와 미트코 사이에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소-공중화장실-와 그곳에 간 목적-거래-의 그늘이 드리워 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그 첫 만남의 그늘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너에게 속한 것, 나에게 속한 것『너에게 속한 것』은 언뜻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정체성 정치와 깊이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체성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은 주류집단이든 소수집단이든 특정한 사회집단에 속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집단에만 고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특성을 ‘자신에게 속한 것’, 이른바 자신의 정체성으로 소유하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_본문 316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어느 날 수업중인 ‘나’의 교실에 학교 직원이 찾아온다. 그녀는 ‘나’의 아버지가 위독한 상태이고 그가 ‘나’를 보고 싶어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소피아 도심 외곽의 황폐한 들판을 정처 없이 거닐며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나’와 아버지는 오랜 기간 연을 끊고 지냈다. 성공한 법률가이자 골수 공화당 지지자이며 동성애혐오자인 아버지에게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오점이었다. ‘나’의 성정체성을 알아챈 아버지는 ‘나’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했고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내비쳤으며 ‘나’의 정체성을 부정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매몰차게 밀어냈고 결국에는 아들 또한 더이상 아버지의 인정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춘기에 접어들고 신체적 욕구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어렴풋이나마 자각하기 시작한 ‘나’는 동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그 무렵 ‘나’의 행동은 가볍고 뚜렷한 의도가 없는 것이었지만 친구들은 그 행동에 어떤 열기가 더해진 것을 느꼈다. 그들은 ‘나’를 자신들과 다른 부류로 규정하고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나’의 예상처럼 그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무시하는 듯한 소리를, 거의 웃음소리를 내더니 다시 말했다.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버지는 퍽이나, 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멈추지 않고 말했다. 호모 새끼. 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미리 알았으면 넌 절대 태어나지 못했을 거다. 난 네가 역겨워. 아버지가 말했다. 그거 알아? 난 네가 역겨워. 어떻게 네가 내 아들일 수가 있지?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으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한들 나 자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_본문 168쪽자신의 욕구를 자각하고 그것을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하면서 ‘나’는 아들, 친구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자아를 인식하는 순간 찾아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체성의 상실이었다. 견고하다고 믿었던 ‘나’의 정체성은 그렇게 실체성을 잃고 녹아 없어졌다. 아버지와 친구의 혐오감에 비틀린 표정을, ‘나’를 더럽고 불결한 오염원처럼 보는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것은 ‘나’의 안을 파고들어 뿌리를 내렸다. 그 부정과 배제의 기억은 단 한 순간도 ‘나’에게서 떠나지 않은 채 ‘나’가 자신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방식이 되었다. 죄악 같은 사랑, 질병이라는 징벌‘나’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정점에 이른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욕망과 질병이 서로 본질적으로 묶여 있는 것으로 여겨졌고 그 둘의 관계는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원인과 결과로 간주되었다. 그 시절 고향에서 ‘나’와 같은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라고는 질병에 관한 것뿐이었고 ‘나’의 욕망은 순결을 지키든지 질병이라는 징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도덕극 속에 갇혀버렸다. 마침내 첫 관계를 맺었을 때 ‘나’가 느낀 것은 쾌감이 아니라 굴레를 벗어던지고 금기를 행하는 것에서 오는 전율과 죄책감이었다. 어쩌면 내가 이 나라에서 보낸 시간은 실수이고, 내가 걸린 병은 그저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일 뿐인지도 몰랐다. 나의 뿌리 없음을 연장하는 것 말고 대체 내가 한 일이 뭐가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변명하기가 어려워지는 일련의 거짓된 출발 말고는? 나는 새로운 나라에 가면 새로운 기분이 들기를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도 새로워지지 않았다. 나의 습관적인 불안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 내가 어딘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에 상당하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일면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그 위로는 거짓된 위로, 진정한 치료법으로부터 도망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었다. _본문 238쪽그래서 문득 찾아온 미트코가 자신이 매독에 걸렸다고, 그러니 형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을 때, 마침내 매독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나’가 느낀 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불결과 부정의 낙인에서 오는 수치심. 새로운 삶을 찾아 온 이국에서 ‘나’가 마침내 발견한 것은 이미 떨쳐버린 줄 알았으나 너무나도 뿌리 깊어 그 존재조차 잊고 지내온 자신의 과거와 수치심이었다. 불가리아에 온 것부터 미트코를 만난 것까지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실수처럼 느껴졌다. 미트코와 자신이 사랑은 금기이자 죄악이고 그것에 대한 징벌로 질병을 얻는 이야기 속의 남자들이 된 것만 같았다. 확실히 내 안에는 다른 누구도 자극하지 못하지만 미트코만이 건드리는 여린 부분이 있었다. 나는 가끔 미트코가 아무리 짐승처럼 굴어도 끝끝내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그가 너무도 무력하다는 사실이 싫었다. 나는 정말로 그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믿은 적이 있다 해도, 이제는 지금과 같은 지경에 이른 미트코의 인생에서 그를 영구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내가 그를 구원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미트코가 나타날 때마다 느껴지는 불가피한 감정을, 나와 미트코가 이미 쓰인 이야기에 함께 등장하는 것만 같다는 느낌을 R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R에게? _본문 214쪽작가는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를 차근히 짚어가며 관계의 본질과 그것의 역학을, 어느 대상에 대해 단 한 순간도 단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기민하게 포착해 섬세하고 다채롭게 그려간다. 『너에게 속한 것』은 이루지 못한 사랑과 지나간 후회의 기억을 시의 언어로 재현해 그 순간을 다시 한번, 다르게 살아내는 가상의 회고록이자 그 모든 경험을 거쳐 진정한 사랑과 이해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성장소설이며 “훌륭한 퀴어문학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문학”이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너에게 속한 것
저자 가스 그린웰
출판사 문학동네
ISBN 9788954679572 (8954679579)
쪽수 324
출간일 2021-05-17
사이즈 136 * 196 * 27 mm /422g
목차 또는 책소개 I 미트코…9
II 무덤…99
III 매독…173

감사의 말…311
옮긴이의 말…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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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 ①양서-판매정가의 12%, ②일서-판매정가의 7%를 적용)

[상품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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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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