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눈앞의 현실 : 북윈도
리뷰 0 위시 120

역사, 눈앞의 현실 요약정보 및 구매

엇갈리고 교차하는 인간의욕망과 배반에 대하여

상품 선택옵션 0 개, 추가옵션 0 개

출판사 흐름출판
저자 탕누어
ISBN 9788965962847 (8965962846)
정가 30,000원
판매가 27,000원(10% 할인)
배송비 무료배송
포인트 정책 설명문 닫기

00포인트

포인트 정책 설명문 출력

선택된 옵션

관심상품

상품 정보

사은품
상품 기본설명
엇갈리고 교차하는 인간의욕망과 배반에 대하여
상품 상세설명
춘추시대 『좌전』의 세계에서 지금 이 시대 눈앞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2000년이라는 시공을 뛰어넘어 펼쳐지는 문사철(文史哲)의 향연!

타이완 3대 양서상, 진딩당 문학도서상을 수상한 타이완 최고의 문화비평가이자 전방위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탕누어의 신작.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라는 책으로 국내 인문독자들에게 신선한 지적 탐험을 선사한 바 있는 탕누어가 이번에는 춘추시대의 역사서인 『좌전(左傳)』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탕누어는 이 책 『역사, 눈앞의 현실』에서 『좌전』에 담긴 세계상과 문화, 국가의 흥망성쇠와 개인의 욕망 등에 얽힌 역사적 사례를 재연하고 해체하여 이제껏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탕누어가 문학가로서 전개한 고전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은 대담하고 혁신적인 발상이며, ‘사고의 전환’이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탕누어는 2000여 년 전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 보르헤스, 휘트먼, 레이먼드 챈들러, 한나 아렌트 등 세계적인 문학가, 사상가들의 사고와 철학, 인문학적 지식을 투영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허물어 지나간 역사를 지금 눈앞의 현실로 이끌어낸다. 이 과정을 통해 고리타분하고 딴 세상 일 같았던 먼 과거의 세계는 21세기 현재의 세계와 겹쳐지면서 우리에게 깊은 사유와 통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할까?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탕누어의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목차
서문 적어도 먼저 그걸 진실이라 믿자

제1장 왜 자산인가
스러져가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다 / 너무 정확했기 때문에 그 감각이 아주 준엄했다 /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 / 어떻게 세계로 진입해야 할지 모른다 / 개인에서 국가에 이르는 관용 과정

제2장 저자를 상상하다
원래 문자로 기록된 것이다 / 책과 저자에 관련된 한 가지 토론 / 더더욱 ‘한 사람의 작품’처럼 보인다 / 그가 좌구명이라면 / 이미 주공을 잃어버린 노나라 / 학교나 도서관 같은 노나라 / 꽃으로 만발하다

제3장 2000년 전의 한 가지 꿈
진정으로 떠나오지 못한 귀신 세계 / 정확하면서도 황당한 예언 / 모두 천명을 경청해야 하는 시대 / 당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 상아의 문과 소뿔의 문을 통과하다 / 정 목공 어머니의 꿈 / 꿈과 대낮의 경계 지점

제4장 『좌전』에 기록된 근친상간 사건
하희, 특히 신공 무신 / 하나의 근친상간 공식 / 인간의 관계를 어지럽히다 / 일종의 부적절한 정욕일 뿐이다 / 정욕만으로 그칠 수 없다

제5장 한 차례의 회맹, 한 명의 군주와 한 명의 노인
미지, 불신, 공포 / 당위적 주장에서 현실 속 진상으로 다시 돌아온 『좌전』 / 회맹 후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 공자 위에서 초 영왕 건에 이르기까지 / 조무, 한 노인의 죽음

제6장 아주 황당한 전쟁
말 한 필로 결말이 난 전쟁 / 이오라는 사람 / 백성과 사대부의 극단적인 의견 / 전쟁은 아직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 소위 충돌 상태 / 한 가지 정당한 전쟁

제7장 음악 혹은 악
정나라의 일곱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나 / 음악과 문자가 교차하는 곳 / 『악경』도 틀림없이 여기에 있었으리라 / 사실 반음악적인 것이었다

제8장 뱃전에 새긴 흔적
분명하게 시간을 기록하다 / 한 구절 / 한 글자 / 가장 두려운 것은 시간이다 / 『춘추』 편찬은 공자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 가장 좋은 사람, 가장 좋은 사물은 여기에 있지 않다

옮긴이의 글
공자의 운명, 좌씨의 역사, 탕누어의 일기
책속으로
진실과 허위, 옳고 그름은 그 자체에 더욱 깊은 뜻과 더욱 다양한 지향이 포함되어 있지만, 특히 종횡 교차하는 역사에서 그것들은 부족하고 불완전하며 그리 타당하지도 않고, 또 제지하기 어려운 상상력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론으로는 종종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거나 심지어 문자로도 그것을 포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오직 사람의 마음, 강인한 마음만이 가까스로 그것을 용납할 수 있고 또 용납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완전하게 머물게 할 다른 장소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 pp. 12~13 <적어도 먼저 그걸 진실이라 믿자> 중에서나는 때때로, 특히 중국 대륙에 있을 때 그곳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만약 당신이 네덜란드나 아일랜드와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당신의 사정은 어땠을까? 당신의 인생은 어땠을까? 당신의 세계상, 생명에 대한 당신의 태도와 선택, 다른 사람을 대하는 당신의 방식에 어떤 상이점과 전환점이 있었을까? 자신이 작은 나라 국민이라고 상상해보라.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혹은 최소한 이런 질문이 사람의 마음속이나 사유 속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도록 시험해봐야 한다. 결국 인생은 어디에 있든 결코 우리 자신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어떤 성취나 공로에 의해서도 결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는 종종 사람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인간이 운명의 장난에 의해 어디에 ‘던져졌는지’는 논쟁할 수 없는 사안이다.
- pp. 55~56, <왜 자산인가> 중에서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인가? 인류의 역사, 특히 모든 승패의 대단원은 늘 평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저명한 견해에 의하면 인류의 역사는 미치광이의 일기라고 한다. 만약 우리가 이런 평범함을 견딜 수 없고, 인간에 대한 이와 같은 저평가와 모독을 원치 않는다면 시선을 역사의 주류에서 이동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정치의 주류, 현실 성패의 주류에는 인류가 일찍이 보유했던 가장 좋은 사물이나 모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좋은 것들은 각 변방에서 희미한 빛을 발산하므로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고 알아챌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마치 좋은 독자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좋은 책을 찾지 않는 것과 같다.
- pp. 178~179, <2000년 전의 한 가지 꿈> 중에서인간에게는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며 현실을 벗어나고 현실을 버리려는 또 다른 상상력이 있다. 혹은 모종의 위로를 얻기 위해, 어떤 극치감, 어떤 먼 곳, 있을 수 없는 어떤 아름다움들, 어떤 유토피아, 어떤 천당을 찾기 위해 혹은 단지 인간의 풀어짐, 인간의 자유로움, 흐르는 물처럼 질펀한 놀이를 위해 또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 서술에 있어서의 상상력은 수렴적이고 제한적이다. 그 진행 모습도 도보이지 비상이 아니다. 또 그것은 이미 확인된 이 사건과 저 사건 사이에서 폐쇄된 채로 활동한다. 가공으로 무엇을 창조해서는 안 되며, 이미 알고 있는 두 가지 지점을 이어주고 또 단단히 접착시킬 책임만을 질 수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사실’이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이야기될 수 있도록 해준다.
- pp. 315~316, <한 차례의 회맹, 한 명의 군주와 한 명의 노인> 중에서
출판사 서평
대만의 인문학자이자 문화평론가이자 열독가인 탕누어.
21세기에서 2000년 전 춘추시대로 타임워프하다!‘사서삼경’을 비롯한 중국의 13경 중 사학(史學)을 대표하는 텍스트인 『좌전』은 오늘날 중국문명의 뿌리가 되는 춘추시대의 역사를 파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좌전』은 공자가 집필한 노나라의 역사서인 『춘추(春秋)』에 후대 학자가 주석을 붙여 집필했다. 일반적으로 좌구명이라는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설은 현재 분분하다. 중국 사상의 연원(淵源)은 공자를 포함한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라 할 수 있는데, 이 제자백가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춘추시대의 인물 및 사건을 가장 정확하게 기술해놓은 바로 이 『좌전』인 것이다.
대만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 받는 지식인 중 한 사람이자 문화평론가인 탕누어는 이 책 『역사, 눈앞의 현실』에서 『좌전』에 담긴 세계상과 문화, 국가의 흥망성쇠와 개인의 욕망과 파멸 등에 얽힌 역사적 사례를 재연하고 해체하여 이제껏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탕누어가 문학가로서 전개한 고전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은 대담하고 혁신적인 발상이며, ‘사고의 전환’이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탕누어는 2000여 년 전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 보르헤스, 휘트먼, 레이먼드 챈들러, 한나 아렌트 등 세계적인 문학가, 사상가들의 사고와 철학, 인문학적 지식을 투영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허물어 지나간 역사를 지금 눈앞의 현실로 이끌어낸다. 탕누어에 따르면, 그것은 단순히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통념이 아니라 역사에는 인류의 다양한 ‘행위’와 ‘생각’이 반복 교차하며, 그 모든 사유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어떤 하나의 요소로 규정지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할까?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책 『역사, 눈앞의 현실』에서의 ‘눈앞’이라는 건 과거에 살았던, 지금을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누군가의 눈앞이다. 그것은 『좌전』을 쓴 역사가의 눈앞일 수도 있고, 탕누어의 눈앞일 수도 있으며,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의 눈앞일 수도 있다.
이 각각의 시선은 하나의 도(道)의 빛이며, 그 빛은 역사의 한 지점에서 막히기도 하고, 투과되기도 한다. 때론 어느 곳을 비추기도 하고 때론 광막한 어둠 속에 가려져 있을 수도 있다. 역사는 결국 이 빛들이 종횡하고 교차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이 교차점들을 하나하나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어느 시대, 어느 곳에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고, 탕누어는 말한다.
『좌전』 속 춘추시대 역사에 대한 대담하고 혁신적인 해석!
탕누어의 놀라운 상상력과 깊은 성찰이 탄생시킨 ‘문화를 보는 새로운 힘!’탕누어가 이 책 『역사, 눈앞의 현실』에서 첫 번째로 다루는 대상은 바로 자산이라는 인물이다. 『좌전』은 춘추시대 중소국가 중 하나인 노나라의 242년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좌전』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고, 인품이나 업적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건 정나라의 집정관이었던 자산이다. 중국이 강력한 통일국가의 모습을 갖추기 전, 여러 국가들이 난립했던 춘추시대에서 외교적 교섭은 한 나라의 존멸을 좌우하는 중요한 책무였다. 어느 누구도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시대상황 속에서 자산은 그 어떤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역사의 흐름을 읽어낸 인물이었다. 자산은 집권 중후기에 형서(刑書)를 주조했다. 정나라 형법의 명문(明文)을 큰 솥에다 주조해 넣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했다. 여기에는 성문법의 의미가 담겨 있으며, ‘진보성’이 있는 조치로 봐야 한다. 그러나 자산의 이 조치는 당시 중요한 국제정치 이론가였던 진나라의 숙향에 의해 매서운 비판을 당한다. 그는 명문 형법 규정이 전체 사회의 근본적 규범을 크게 타락시킬 것이고 사람들이 이로부터 구체적인 행위에서 명문 형법의 몇 가지 조항만 피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말하자면 법률만 남고 도덕은 사라지거나 적어도 법률이 도덕 가치의 성장 공간을 압박하고 박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산은 다음과 같이 간단하면서도 겸손하게 대답했다.
“저는 재능이 없어서 자손 대의 일까지 미칠 수 없고, 당대의 일만 구제할 수 있을 뿐입니다.”(『좌전』 「소공(昭公)」 6년)
자산 역시 숙향이 본 것을 봤고, 숙향이 걱정한 것을 걱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숙향은 진나라에 있었고 자산은 정나라에 있었을 뿐이다. 이 불행한 나라는 자산에게 숙향처럼 사치스러운 공간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생명 가운데서 어쩌면 자산이 믿고, 동경했으며, 젊고 깨끗한 마음에서 연원한 어떤 것들, 그리고 자산 역시 똑같이 품고 있던 응당 그렇게 되어야 할 세계상이 그가 정치 무대에 올라 정무를 돌보는 그 순간부터 모두 모질게 끊어야만 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좌전』에 기록된 자산의 행동이나 가치관 등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은 국가 간의 외교에서부터 세제, 형법의 제정에서 민간을 향한 복지제도에 이르기까지, 국가를 운영하는 모든 정밀한 기교와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탕누어는 이 자산이라는 인물을 통해, 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매 순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소국의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그러한 현실은 오늘날 자신의 고국 타이완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 그에 따르면, 역사는 한 개인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역사적 변이는 적어도 현실의 세계가 당위적 세계와의 충돌로부터 빚어진다. 이러한 역사의 본질적인 속성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때문에 2000년 전의 역사는 지나가고 묻혀 버린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눈앞의 현실과 다름없다.『좌전』의 저자는 일반적으로 좌구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탕누어는 이에 대해 확답을 피한다. 그러면서 보다 중요한 통찰에 접근한다. 왜 『좌전』의 저자는 공자가 쓴 『춘추』에 주석을 달고 이야기를 덧붙여 책을 완성했는가? 『좌전』은 현실을 계속해서 기록한 역사 판본이 아니다. 공자가 집필한 노나라의 역사서인 『춘추』를 새로 읽고, 학습하고, 사색하고 거기에 주석을 덧붙인 책이다. 단순한 역사라면 『춘추』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좌전』의 저자는 『좌전』을 완성함으로써 『춘추』에서 단순한 글쓴이에 불과했던 공자를 다시 새롭게 조명하고 회고하는 대상으로 바꾸어놓았다. 탕누어에 따르면, 『춘추』가 개화되지 않은 꽃봉오리라면 『좌전』은 활짝 핀 꽃이다. 다시 말해, 『좌전』의 저자는 노나라의 작은 국사를 천하의 역사로 바꾸어놓았다. 노나라의 역사 기록물 이름에 불과했던 ‘춘추’가 한 시대를 가리키는 명칭 및 시대 분할 방식으로 승격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것이 가능했을까. 탕누어는 그것이 노나라라는 변방 국가의 역사이기에 가능했다라고 결론 내린다. 탕누어에 따르면, 변방의 글쓰기는 인간의 시선을 막힘없이 광대하게 확장할 수 있고, 쉽게 용기를 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춘추』에 드러난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더해 『좌전』에서는 그 역사를 채워나가는 수레꾼이나 간장 장수 같은 사람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시적인 역사에 미시적인 역사를 빼곡하게 채워 넣음으로써 『좌전』은 하나의 완성된 역사이자 불멸의 역사서가 될 수 있었다.『좌전』 속에는 무수히 많은 꿈 이야기가 등장한다. 역사와 꿈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과학의 시대인 현대에 이르러 꿈은 더더욱 현실의 세계와 동떨어져 버렸다. 그렇지만 『좌전』에 등장한 무수한 꿈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의식이나 가치관과 같은 세계관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즉 『좌전』에 등장한 꿈이 갖는 메시지는 “꿈은 한 차례 ‘잠시’ 경계 밖으로 우리를 데리고 나가 실제의 삶을 연습하도록 하고 그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이어나가도록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좌전』이 환상과 현실의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내는 문학적 글쓰기와 다름없다는, 탕누어의 견해를 뒷받침해준다.“꿈은 인간의 육체와 함께 존재하고, 인간의 생명과 함께 존재한다. 마치 영원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우리는 우리의 꿈과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라고 했다. 우리는 이처럼 당연히 낯설고,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꿈속 세계에 대해서 기이한 친숙함과 태연함, 거의 의심할 수 없는 일종의 연대감을 느끼곤 한다. 꿈의 자료는 다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고, 다시 탐색할 필요도 없이 늘 바로 이곳에 존재하면서 우리를 벗어나지도 않았고 또 우리에게 망각되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즉 그것들은 흡사 바로 우리의 현재인 것처럼 여겨진다.”남녀 간의 정욕에 관한 이야기도 『좌전』에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탕누어는 정욕과 인간의 신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행위와 사유를 본능으로만 환원해 해석하는 건 조악하거나 나태한 태도라고 못박는다. 모든 행위에는 당대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으며, 『좌전』에 등장하는 정욕에 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춘추시대는 말 그대로 역사의 초기 시대이며, 남녀의 결합에는 소박한 생물적 특징이 보존되어 있었다. 그것은 곧 종족을 늘리는 일이었다. 끊임없는 전란으로 인해 인간의 사망비율이 ‘정상’보다 훨씬 높았기에 근친상간이나 정절을 지키지 않는(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경우도 흔했다. 이는 역사를 조망함에 있어 중요한 태도를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탕누어는 말한다. “역사 읽기는 우리에게 인지 상의 함정을 쉽게 제공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어떤 대형 시간의 껍질을 벗겨 내거나 방해물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통해 감춰진 인간의 어떤 ‘원형’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에게는 진정한 육체만 남고, 식욕과 성욕만 남아서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를 회복하게 된다.”다시 말해, 탕누어는 『좌전』에 등장하는 정욕의 사례를 통해 몇 천 년 간 이어진 인류의 독특한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현상에만 집중하는’ 단순한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헉슬리의 표현처럼 “인간은 예측하기 어려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예측하기 어려움’을 하나의 틀 속에 가두려 할 때 역사는 의미를 상실하고 인류는 퇴보한다.『좌전』에는 후대에 ‘미병지회’라 불리는 회맹에 관해서도 기록되어 있다. 일종의 정전협정 혹은 평화회의로도 볼 수 있는 이 회맹은 당대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그것은 바로 회맹이 벌어지고 말 그대로 춘추시대가 종료되기까지 70여 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초의 기록이었던 공자의 『춘추』에는 이 대목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좌전』에 이르러서야 시간 순서에 따라 사안의 진행 층위, 회맹 참여자들의 생각 등을 정확하고 긴밀하게 묘사했다. 여기에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하고자 했던 『좌전』 저작자의 강한 신념이 들어 있다. 동시에 이 부분에 이르러 저작자의 다른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좌전』의 저자가 본래의 현실 세계로 돌아가고, 역사 현장의 기본적인 의도로 되돌아가려고 노력한 점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좌전』이 탄생한 진정한 이유다. 『좌전』은 세상 사람들의 기억을 회복시켜 주는 방법으로, 『춘추』를 탄생시킨 당위의 글쓰기와 대조하며, 스승인 공자의 신중하지만 정련된 문자를 다시 새롭게 닦아서 반짝반짝 빛을 내도록 만들었다.”즉 『좌전』은 『춘추』에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공백을 채워 넣음으로써 후대가 자칫 상상으로 여길 수도 있는 사건들을 구체화하여 생명을 불어넣었다. 『좌전』에 기이한 묘사들 혹은 역사서에는 어울리지 않는 거짓말 같은 사건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것은 독자를 위해 사실을 과장하거나 억지로 해석해 흥미를 유발하거나 재미를 가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각색도 윤색도 없이 사실 그대로를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다. 『좌전』의 저자는 벤야민의 “마치 어린 아이가 방금 꺾은 신선한 꽃을 한 아름 가득 당신에게 바치는 것과 같다”라는 말처럼 순수한 사실만을 추구했다. 작가가 줄곧 견지했던 그러한 태도와 노력이 『좌전』이 위대한 역사서로 남게 하는 데 주춧돌이 되어주었다고 탕누어는 평가한다.춘추시대 200여 년은 ‘충돌’이 끊이지 않는 시대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왜 충돌이 발생했느냐가 아니다. 충돌은 그냥 ‘닥쳐왔을’ 뿐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충돌이 없었던 때가 있었는가. 탕누어가 관심 있게 바라보는 건 바로 이 충돌이 춘추시대라는 ‘계단’에 당도한 후 어떤 변화를 발생시켰는가에 관해서다. “응당 우선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은 모종의 안정적인 질서였지 총체적인 무력을 제한하거나 총포와 탄약으로 조례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안정적인 질서를 확립하고 그것을 수호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지 않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근본적인 체제를 설계하고 발명하는 것 그리고 인간의 신분, 지위, 행위를 확인하고 약속하는 것 외에도 역으로 ‘폭력’을 필요로 한다. 질서를 유지하려는 사람은 자기 손으로 통제할 수 있고 독점할 수 있는 폭력을 필요로 한다. 춘추시대 200년 동안이나 그 이전 시대에 이런 사유 방식이 분명하게 존재했다.”그렇지만 춘추시대만 해도 국가 간의 ‘충돌’은 아직 살육이라는 흉악한 면모를 드러내지 않고, 적을 격퇴하고 축출하고 굴복시키는 본래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를 멸망시키는 것도 이와 같은 경향을 보였다. 즉 다른 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이 살육이나 멸절(滅絶)과는 전혀 달랐다. 이후 이어진 전국시대에는 전 세계가 ‘충돌’ 상태에서 ‘전쟁’ 상태로 진입했고, 인간의 죽음이 전쟁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며, 전쟁의 가혹한 불길이 도저히 잡히지 않는 시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춘추시대의 ‘충돌’이 의롭거나 정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좌전』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전쟁이나 국가 간의 분쟁을 처리하는 정치가들의 사례를 통해 ‘전쟁’이라는 존재 자체의 무용함과 그것이 가져오는 비극적 결말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있다. 말 한 필로 끝난 전쟁이나 국경에 사는 두 여인이 뽕잎을 따다가 다투다 국가 전쟁으로 커진 경우처럼 『좌전』에 등장하는 무수한 ‘충돌’의 사례는 궁극적으로 이 전쟁이라는 것을 낭만적이고 의롭게 해석하려는 인류의 어리석음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전쟁은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혐오스럽고 부당하다. 탕누어는 이처럼 전쟁을 부정해온 정신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고귀한 역사 인식이라고 말한다.“근본적으로 말해서 현실 속에 확실히 남아 있는 전쟁은 경솔하게 부추겨서도 안 되고 장난처럼 발동해서도 안 된다. 몇 천 년 동안 인간은 각종 방법을 다 생각하고 사용했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즉 한 차례로 끝낼 교묘한 방법이나 해결 방안 또는 소위 ‘한 번의 다스림으로 다시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다만 인간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면서 사태에 따라 그때그때 임시로 대응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의 가장 좋은 모습은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누군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보검을 물속에 빠트렸다. 그는 보검을 떨어뜨린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뱃전에 표시를 한다. 하지만 강물은 속절없이 흐르고 배는 절망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강 건너편에 닿았을 때 그 보검은 영영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좌전』은 세월의 뱃전에 새긴 『춘추』의 흔적을 하나하나 해체하여 시간 순서 및 구체적인 디테일과 인간의 이야기를 복원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의 서술을 회복한 책이다. 그것은 ‘정확한’ 역사 판본을 비뚤어진 현실 세계 위에 놓음으로써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지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은 완전히 무질서해 보이는 춘추 세계에서 하나의 질서를 찾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더욱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탕누어에 따르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엄정한 시비 분별과 모종의 보편적인 진리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틈이 존재하며, 거기에는 이 세계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가는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인간의 삶은 이 시간이라는 무형의 존재 위에서 끊임없이 종횡하고 교차하며, 반복되거나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기도 하면서 쌓여 간다. 그리고 때론 소멸되기도 하면서. 목전에 옳았던 것이 미래에도 여전히 옳을 거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세계를 구성하는 건 행동하는 사람이지 운동하는 원자가 아닌 것이다. 이 세계에서 가장 무섭고 불확정적인 것은 바로 시간이며, 인간 역시 그 시간 속에서 예측 불가한 삶을 살아간다.
2000여 년 전, 중국에 존재했던 노나라라는 작은 나라의 역사는 21세기의 우리로 하여금 시간에 대한 고도의 경각심을 갖게 한다. 인간은 목전의 어떤 일을 주목하지만 동시에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에서 탈출해 어떤 먼 곳에 자리 잡고 교차하고 연속되는 시선으로 자신의 위치와 전체를 조망한다.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광막한 역사의 흐름에서 인간이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게 하는 이정표이다.
탕누어는 말한다.
“우리가 바로 시간이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강물이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역사, 눈앞의 현실
저자 탕누어
출판사 흐름출판
ISBN 9788965962847 (8965962846)
쪽수 600
출간일 2018-10-19
사이즈 153 * 223 * 44 mm /779g
목차 또는 책소개 서문 적어도 먼저 그걸 진실이라 믿자

제1장 왜 자산인가
스러져가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다 / 너무 정확했기 때문에 그 감각이 아주 준엄했다 /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 / 어떻게 세계로 진입해야 할지 모른다 / 개인에서 국가에 이르는 관용 과정

제2장 저자를 상상하다
원래 문자로 기록된 것이다 / 책과 저자에 관련된 한 가지 토론 / 더더욱 ‘한 사람의 작품’처럼 보인다 / 그가 좌구명이라면 / 이미 주공을 잃어버린 노나라 / 학교나 도서관 같은 노나라 / 꽃으로 만발하다

제3장 2000년 전의 한 가지 꿈
진정으로 떠나오지 못한 귀신 세계 / 정확하면서도 황당한 예언 / 모두 천명을 경청해야 하는 시대 / 당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 상아의 문과 소뿔의 문을 통과하다 / 정 목공 어머니의 꿈 / 꿈과 대낮의 경계 지점

제4장 『좌전』에 기록된 근친상간 사건
하희, 특히 신공 무신 / 하나의 근친상간 공식 / 인간의 관계를 어지럽히다 / 일종의 부적절한 정욕일 뿐이다 / 정욕만으로 그칠 수 없다

제5장 한 차례의 회맹, 한 명의 군주와 한 명의 노인
미지, 불신, 공포 / 당위적 주장에서 현실 속 진상으로 다시 돌아온 『좌전』 / 회맹 후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 공자 위에서 초 영왕 건에 이르기까지 / 조무, 한 노인의 죽음

제6장 아주 황당한 전쟁
말 한 필로 결말이 난 전쟁 / 이오라는 사람 / 백성과 사대부의 극단적인 의견 / 전쟁은 아직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 소위 충돌 상태 / 한 가지 정당한 전쟁

제7장 음악 혹은 악
정나라의 일곱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나 / 음악과 문자가 교차하는 곳 / 『악경』도 틀림없이 여기에 있었으리라 / 사실 반음악적인 것이었다

제8장 뱃전에 새긴 흔적
분명하게 시간을 기록하다 / 한 구절 / 한 글자 / 가장 두려운 것은 시간이다 / 『춘추』 편찬은 공자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 가장 좋은 사람, 가장 좋은 사물은 여기에 있지 않다

옮긴이의 글
공자의 운명, 좌씨의 역사, 탕누어의 일기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상품페이지 참고
저자 상품페이지 참고
출판사 상품페이지 참고
크기 상품페이지 참고
쪽수 상품페이지 참고
제품구성 상품페이지 참고
출간일 상품페이지 참고
목차 또는 책소개 상품페이지 참고
배송공지

사용후기

회원리뷰 총 0개

사용후기가 없습니다.

상품문의

등록된 상품문의

상품문의 총 0개

상품문의가 없습니다.

교환/반품

[반품/교환방법]
마이페이지> 주문배송조회 > 반품/교환신청 또는 고객센터 (070-4680-5689)로 문의 바랍니다.

[반품주소]
- 도로명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로 62-20 (산남동)
- 지번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 305-21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14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반품/교환비용]
단순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반품/교환 불가 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 (1) 해외주문도서 :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개인주문상품으로 단순변심 및 착오로 인한 취소/교환/반품 시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 ①양서-판매정가의 12%, ②일서-판매정가의 7%를 적용)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됩니다.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회원로그인

오늘 본 상품

  • 역사, 눈앞의 현실
    역사, 눈앞의 현실
    2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