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 북윈도
리뷰 0 위시 120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요약정보 및 구매

123편 잡지 창간사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

상품 선택옵션 0 개, 추가옵션 0 개

출판사 마음산책
저자 천정환
ISBN 9788960902060 (8960902063)
정가 35,000원
판매가 31,500원(10% 할인)
배송비 무료배송
포인트 정책 설명문 닫기

00포인트

포인트 정책 설명문 출력

선택된 옵션

관심상품

상품 정보

사은품
상품 기본설명
123편 잡지 창간사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
상품 상세설명
잡지 창간사에는 시대의 지성과 욕망이 담겨 있다!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사회 환경 아래 특정한 독자층의 이익 내지 기호를 대변하는, 누구나 창간 가능한 매체, 잡지. 따라서 잡지 창간호, 그중에서도 ‘창간사’란은 창간 주제와 사회의 관계가 가장 긴밀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창간사에는 잡지의 성격과 잡지 주체의 시대정신과 욕망이 가장 뚜렷하게 집약되어 있어, 창간사를 보면 잡지가 몸담았던 세상의 얼개가 보인다. 역사, 특히 현대사를 논할 때 잡지가 주요 사료가 되어온 이유는 그래서이다.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은 1945년부터 2000년대까지, 반세기가 넘는 한국 현대 문화사를 126종의 잡지와 123편의 창간사를 통해 바라본 책이다. 1945-49년, 1950년대, 1960년대 그리고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시대를 나누고, 각 시대 안에서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잡지들을 가려내어, 그 창간사에 투영된 당시의 문화적·문학적·역사적 지형도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또한 각 부 창간사 앞에 화보를 실어, 당시 잡지들의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왔다. 상허 이태준이 발행한 《문학》을 시작으로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그리고 일련의 노동잡지를 통해 한국 현대문학사의 흐름을 읽는가하면, 《샘터》, 《씨알의 소리》 등의 잡지에서는 ‘유신’의 명암, 개발독제 시절의 기억을 돌아본다. 《선데이 서울》, 《보물섬》같은 오락·문화 잡지를 통해 추억을 더듬을 기회도 마련한다. 하지만 저자는 잡지와 그 주체들이 하려던 말들을 살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읽고 쓰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두루 담아냈다.

별밤지기 코멘터리

시대마다 모습은 다를지언정, 잡지는 앎과 각성의 매개체로써 지성사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종이 매체의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되어 가는 지금, 잡지의 미래는 어떠한가? 이에 저자는 잡지 이면의 ‘잡지스러운 것’을 말하며 덧붙인다. “영원한 플랫폼이나 매개는 없다”고, 그러니 “잡지스러운 것도 끝없이 모양을 바꾸고 다른 매개화”를 겪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작용은 인간의 언어와 교통이 있는 한 영원할 것”이라고 말이다.

목차
책을 엮으며 : 잡지 창간 정신과 창간사의 문화

1945~1949년 : 해방과 잡지 / “굶주린 독자여 맘껏 배불리 잡수시오”

연속과 불연속, 우리 문화사의 아르케
가난과 균열
중립 또는 중도 영역의 형성
분단 이후의 지식인
잡지 문화의 다른 새 출발
# 1945~1949년 잡지 창간사

1950년대 : 부활과 재출발 / “공기로서 자유, 평등, 번영의 민주 사회 건설에 미력을 바치고자 하는 바”

재건과 동시대 세계에의 참여
[사상계]의 한 세상과 냉전 질서의 안착
‘현대’ 그리고 문학ㅡ50년대식 문학잡지
새로운 독자층의 성장과 대중지
#1950년대 잡지 창간사

1960년대 : 지성과 대중문화의 새로운 공간 / “새 세대의 역사적 사명과 자각”

혁명과 지성의 새로운 공간
문학적 지성의 다른 경계들
대중의 형성과 욕망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잡지
예술·과학과 근대화
#1960년대 잡지 창간사

1970년대 : 개발독재 시대의 잡지 문화 / “이 나라의 자연과 생태와 대중문화를 가까이 살피려”

유신과 잡지ㅡ[샘터]와 [뿌리깊은 나무]
잡지 읽기와 대중문화의 확장ㅡV, POP, SPORTS
문학의 시대
고도성장과 잡지 문화
#1970년대 잡지 창간사

1980년대 : 운동으로서의 잡지, 저항으로서의 독서 / “사상의 대중화를 위하여”

‘흑역사’와 반전
땅속의 말
80년대적인 것과 문학
학술 운동과 사회과학 잡지의 시대
경제성장의 과실과 중산층의 새로운 삶
#1980년대 잡지 창간사

1990년대 : 문자문화의 마지막 전성과 ‘역사의 종언’ / “함께 꿈꾸세. 동상이몽이라도 좋으니. 그러면 세상은 달라질 거야”

응답하라… 응답하라… 1990’s
해방의 새로운 지평ㅡ적녹보
대중/문화의 새 시대
90년대 후반의 고민
1990년대 문학과 새로운 문학 공간
#1990년대 잡지 창간사

2000년대 : 잡지 문화의 현재와 미래 /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 더디고 더디게 올지라도”

인터넷 시대와 종이 잡지의 종막?
잡지 문화와 새로운 지식사회 1ㅡ언론 개혁과 보혁 이데올로기 전선
잡지 문화와 새로운 지식사회 2ㅡ논문 쓰기와 ‘지식인의 죽음’
‘잔여적인 것’의 존재 가치와 미래의 징후들
글로컬·혼종성·아시아
에필로그를 대신해서ㅡ잡지와 ‘잡지스러운 것’의 미래 운명
#2000년대 잡지 창간사

감사의 말

주요 잡지 창간 연표(1945~2014)
찾아보기
책속으로
잡지를 창간하는 일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퍼뜨리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잡지를 중심으로 앎과 삶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관여한다. 이 욕망은 권력욕이나 인정 욕망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먹물’에게 그렇다.
그래서 창간사에는 어떻게 세상을 ‘취재’ ‘편집’해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창간 주체들의 방향이 천명된다. 고로 대개 창간사는 ‘선언’이다. 특히 지식인들이 만든 잡지의 창간사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들은 우리가 처한 ‘현재’는 전에 없던 ‘위기의 시기’라며, 따라서 ‘우리’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묻는다고 엄숙히 말한다.
-10쪽, 「책을 엮으며」종이의 생산과 분배는 언제나 이 땅 출판문화의 중요한 물질적 변수였다. 책을 만들 만한 질 좋은 종이가 언제나 풍부했던 것도 아니고, 제지업이 종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한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 출판·언론계는 일제시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늘 종이 부족에 시달렸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박정희 정권 때는 물론, 심지어 1990년대에도 신문 용지나 교과서 용지 수급에 실패한 상황이 있다. ‘용지난’은 이제는 사어가 되다시피 한 말인데 옛 신문과 잡지에는 꽤 자주 ‘용지난’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그래서 이 땅의 지배 권력은 종이 공급을 언론·출판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이용했다. 1940년에 [동아일보] [조선일보]를 폐간시킨 조선총독부의 핑계도 ‘용지 부족’이었다. 물론 미군정도 용지 공급을 통제했고, 미군정 법령 제88호의 표면상 제정 명분도 용지 부족이었다. 반면 [신천지] [민성] 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간될 수 있었던 것도 일제가 남긴 풍부한 재고 용지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30쪽, 「해방과 잡지」여성 잡지의 역사가 그대로 현대 한국 여성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55년에 창간되고 1970년에 종간된 [여원]은, 서울 및 지방 도시뿐만 아니라 읍리 단위의 농촌에까지 보급되어 독자층이 매우 넓었다. 김예림은 독자 투고를 통해 이 잡지의 수용자층을 연구했다. 교사, 가정주부, 농촌 여성, 여대생, 여고생, 여고 졸업생 등 다양했고 그 사연도 농촌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실어달라거나, 문학이나 연예 관련 기사를 조절해달라거나, 잡지값을 내려달라거나 하는 등 다양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읽을거리가 부족했던 이 시대의 여성 독자 대부분은 이 잡지를 문화적 교양과 다채로운 생활 지식을 제공해주는 아주 유용하고도 수준 높은 매체로 인식하고 있었다. 1960년대 중반의 한 조사에 따르면 [여원]은 ‘이대 다니 는 여자’들도 가장 많이 보는 잡지였다.
그런데 사실 한국 여성 지식인이나 연구자가 종합지나 지식인 잡지 등에 참여하거나 기고하는 일은 80년대까지는 드물었다. 50, 60년대의 [사상계]나 [청맥], 또는 70년대 [창비]나 [문지] 등에 시인, 소설가를 제외한(물론 이들도 소수지만) 여성 필자가 얼마나 등장 하는지 살펴보면 좀 놀랍다.
-99쪽, 「부활과 재출발」[선데이 서울]은 ‘잡지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답을 보여준 그런 잡지다. 이 잡지를 낸 서울신문사는 [선데이 서울]이 “회사원이나 중견 직장인, 사회 지도층, 가정주부, 근로자 등 거의 전체 층을 망라한 ‘4000만의 교양지’”라고 했다 한다. 재밌는 말이다. 교양의 개념이 바뀌면 이 말은 성립할지 모른다. 만약 여배우의 수영복 사진이나 여성의 성감대 위치, 국내외 유명 스타들의 이런저런 스캔들, 유흥업소 탐방기들도 ‘교양’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면 말이다.
-175~176쪽, 「지성과 대중문화의 새로운 공간」천안 삼거리 능수버들은 제멋에 겨워서 휘늘어졌어도 그 정취야말로 멋지다. 하지만 개다리소반 같은 아랫도리야 내 알까 보냐, 제멋에 겨워서 ‘미니’를 걸쳐봤댔자, 엉터리 추상파 화가 눈이 아니고서야 ‘멋’지게 보일 리 없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주변에는 사치와 허영과 모방은 무성해도 진짜 ‘멋’ 은 시들고 있다. ‘멋’을 잃은 사회는 물기 없는 사막과 같아, 불모·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각박한 세정(世情), 살벌한 정치 풍토도 ‘멋’을 잃었기 때문이다. 물질이 숭상되고 간편이라는 이름의 획일이 군림하는 곳에서 ‘멋’을 찾기 란 힘든 일이지만, 황량한 사회에 윤기를 돌리자면 잃었던 ‘멋’을 되찾고 새로운 ‘멋’을 발굴하여야 한다.
-237쪽, [선데이 서울] 창간사에서
출판사 서평
욕망하는 문장의 창간사, 그 안에 담긴 시대와 지성
123편 창간사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잡지사(史)는 문화의 연표다. 잡지는 신문 등 일간지에 비해 자본이 적게 들고, 분야와 독자가 한정돼 있으며, 뜻이 통하는 단 몇 사람의 주체만으로도 발간할 수 있다.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사회 환경 아래 특정한 독자층의 이익 내지 기호를 대변하는 누구나 창간 가능한 매체. 그래서 잡지는 어떤 매체보다 쉬이 시류를 타고 사조에 즉각 반응하며, 태어나기도 사멸하기도 쉽다. 과거에 묻혀간 잡지들은 정치 또는 문화적인 압력을 제 안에 새긴 채 표준화석처럼 당대를 증언하고, 살아남은 잡지는 그 자체로 문화사에서 적자일 수 있었던 이유를 증명한다. 역사, 특히 현대사를 논할 때 잡지가 주요 사료가 되어온 이유는 그래서이다.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은 『1960년을 묻다』 『대중지성의 시대』 『자살론』 『근대의 책 읽기』 등으로 한국 근현대 문학사와 문화사 연구를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은 천정환 교수가, 1945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는 한국 현대 문화사를 잡지를 통해 바라보는 책이다.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한글 문자문화의 부활을 맞이하던 해방기부터 ‘체념’과 ‘자학’이 지성을 염해가는 2000년대까지, 우리는 어떤 시대를 거쳤고 어떤 문화를 일구었으며 무엇을 남겼을까? 이 책은 1945~49년, 1950년대, 1960년대 그리고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시대를 나누고, 각 시대 안에서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잡지들을 추려 그 창간사에 투영된 문화와 지성을 읽는다.
왜 창간사인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잡지를 창간하는 일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퍼뜨리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잡지를 중심으로 앎과 삶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관여한다. 이 욕망은 권력욕이나 인정 욕망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먹물’에게 그렇다. 그래서 창간사에는 어떻게 세상을 ‘취재’ ‘편집’해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창간 주체들의 방향이 천명된다. 고로 대개 창간사는 ‘선언’이다. (…) 이런 사정들을 모아 생각하면 잡지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지식인은 지식인이 아니며 잡지를 갖고 싶어 하지 않는 출판인은 출판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이 책에 실린 지식인 잡지의 창간사들을 통해 우리나라 참여적 지성의 전통이 무엇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책을 엮으며」잡지 창간호, 그중에서도 창간사란은 창간 주체와 사회의 관계가 가장 긴중하게 천명되는 곳이다. 잡지의 방향, 즉 존재 이유가 창간사에서 가장 먼저 언명된다. 창간사에는 잡지의 성격과 잡지 주체의 시대정신과 욕망이 가장 뚜렷하게 집약되어 있고, 그래서 창간사를 보면 잡지가 몸담았던 세상의 얼개가 보인다.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저자가 한국 잡지사를 개괄하고 도서관과 박물관을 드나들며 수백 종의 잡지를 검토한 노력을 집약한 책이다. 시대별로 나눈 각 부는 문화와 대중의 흐름을 개괄하는 저자의 경쾌한 글 뒤에 1945년 12월 1일 발간된 [백민]을 시작으로 [민성] [개벽] [사상] [현대문학] [씨알의 소리] [뿌리깊은 나무] [새마을] [문학과지성] [야담과 실화] [선데이 서울] [보물섬] [키노] [페이퍼] [월간잉여] 등 민족지, 정론지, 문학지, 노동지, 오락지, 예술지, 만화 잡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126종의 잡지, 123편의 창간사를 실었다. 시대의 문제의식이 잘 반영되었는지에 따라 / 우리 문화사에 끼친 영향에 따라 / 독특하거나 흥미로운 문장인지 여부에 따라 신중히 가려낸 창간사들이 당시의 문화적, 문학적, 역사적 지형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각 잡지 창간사는 일부 표기를 제외하고 원문을 그대로 옮겨 우리말과 글의 변화를 읽는 재미도 더한다. 또한 각 부 창간사 앞에 화보를 실어 당시 잡지들의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왔다.해방 후 70년, 잡지의 수난과 번영
잡지로 더듬는 현대사의 ‘제목’들“이제 조션이 해방됨과 함께 [개벽]이 다시 나온다. 개벽은 지난 1920년, 조선의 독닙운동과 함께 창간되야, 무릇 닐곱 해 동안을 싸워오다가 1925년 8월, 우리의 혁명가 여러분을 소개했다는 리유로 필경 저들의 손에 암살되였던 것이다. 여기에 긴 말을 하고 싶지 않거니와 도합 칠십이 호를 내는 중에 발매 금지가 삼십사 회, 거기에 또 벌금, 또 졍간, 오히려 부죡하야 그들은 우리의 손에 수갑을 채위 종로 네거리를 걸리고 잔학하게도 [개벽]을 우리들의 손으로부터 빼았었었다.”
-[개벽](복간) 창간사에서해방 전에도 잡지는 있었지만 일제의 탄압 때문에 적은 수나마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해방 뒤 찾아온 자유로 나라도 문화도 새 출발을 알렸으나 사분오열된 이념, 한국전쟁의 전조로 이내 융성을 저버려야 했다. 하지만 혼란 속에도 잡지는 있었다. ‘운동으로서의 문학’의 극단을 보여준 [문학](1946), 중립의 형성을 알린 [민성](1945), 이념을 떠나 학문적 장을 형성하려던 [학풍](1948) 등, 즉각적이고 접근이 쉬운 매체인 잡지는 저마다의 입장과 관심을 반영하며 시대의 입과 귀로서 기능했다.
여기까지는 해방기 잡지사의 단면이다. 이후에도 50년대 한국전쟁, 60년대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70년대 개발독재, 80년대 전두환의 강권 정치와 민주화 운동, 그리고 이후 IMF 체제와 ‘잉여’ 세대의 태동 등, 잡지는 끊임없이 대중과 호흡하며 시대에 진지한 물음을 하고 응답을 요구했다. 한 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의 무게에 어떤 잡지는 짓눌렸고, 어떤 잡지는 버티어 시대의 표상이 되었다. 그리고 어떤 잡지들은 거대 역사의 맥락에서 벗어나 취미, 교육, 여성 등 나름의 영역에서 일상과 취향의 문화를 일구었다.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은 크고 작은 지류가 혼재하는 문화사의 여러 측면을 잡지로써,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상허 이태준이 발행한 [문학]을 시작으로 [현대문학] [지성] [산문시대]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실천문학] 그리고 일련의 노동문학 잡지들을 통해서 한국 현대문학사의 흐름을 읽고, [샘터] [씨알의 소리] [뿌리깊은 나무] 등의 잡지에서는 ‘유신’의 명암, 개발독제 시절의 기억을 돌아본다. [야담과 실화] [선데이 서울] [핫 뮤직] [키노] [보물섬] 같은 오락·문화 잡지는 또 우리 정서에 얼마나 큰 인장을 남겼는지, 이 책은 빛을 다하고 스러져간 잡지들을 통해 추억을 더듬을 기회도 마련한다.[선데이 서울]은 ‘잡지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답을 보여준 그런 잡지다. 이 잡지를 낸 서울신문사는 [선데이 서울]이 “회사원이나 중견 직장인, 사회 지도층, 가정주부, 근로자 등 거의 전체 층을 망라한 ‘4000만의 교양지’”라고 했다 한다. 재밌는 말이다. 교양의 개념이 바뀌면 이 말은 성립할지 모른다. 만약 여배우의 수영복 사진이나 여성의 성감대 위치, 국내외 유명 스타들의 이런저런 스캔들, 유흥업소 탐방기들도 ‘교양’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면 말이다.
-175~176쪽, 「지성과 대중문화의 새로운 공간」‘똥종이’부터 스마트폰까지
출판문화 그리고 읽고 쓴다는 것의 의미종이의 생산과 분배는 언제나 이 땅 출판문화의 중요한 물질적 변수였다. 책을 만들 만한 질 좋은 종이가 언제나 풍부했던 것도 아니고, 제지업이 종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한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 출판·언론계는 일제시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늘 종이 부족에 시달렸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 지배 권력은 종이 공급을 언론·출판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이용했다. 1940년에 [동아일보] [조선일보]를 폐간시킨 조선총독부의 핑계도 ‘용지 부족’이었다. 물론 미군정도 용지 공급을 통제했고, 미군정 법령 제88호의 표면상 제정 명분도 용지 부족이었다.
-30쪽, 「해방과 잡지」스마트폰 등 전자기기가 종이 매체의 위상을 대체해가는 지금, 1946년 복간 [개벽]이 겪었던 종이 수급의 위기는 우리 문자문화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한다.
70년대 초까지 종이는 말과 생각을 통제하는 수단이었다. 그땐 종이도 무기였고, 말을 담기 위해서라면 ‘똥종이’(갱지)도 마다할 수 없었다. 80년대에는 ‘언론기본법’, 사실상의 등록 허가제가 시행돼 정기간행물을 내려면 관료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이때 발목이 잡힌 잡지들은 정기간행물과 단행본의 중간 형태인 ‘무크’(매거진+북)로 모양을 바꿔 또 하나의 문화를 이룩했다. 그 뒤 물적·제도적 조건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90년대 이후에는 과학기술에도 힘입어 문자문화의 비약적 발전이 계속됐다. 이것을 출판문화의 위기로 감지하는 이들도 생겼다.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은 “종이가 생각보다 질겼”던 시절, 잡지와 그 주체들이 억압과 통제를 힘들게 피해가면서까지 하려던 말들을 살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잡지, 출판, 언론, 이들의 읽고 쓰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두루 담는다. 정치적 격동과 경제 불황은 문화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위기는 오히려 잡지 창간 정신과 창간에 대한 욕망을 불타게 했다. 그러나 붐은 오히려 필연적으로 공급과잉과 과잉 경쟁을 부르고 수많은 잡지들을 시장에서 죽음을 맞게 했다. 요컨대 외적 압력과 출판자본주의의 내적 한계는 붐과 위기를 서로 다르지 않은 ‘순환’의 관계에 놓이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순환 자체가 이제 다른 걸로 바뀌거나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종이 매체가 거의 모든 계층에서, 문화의 모든 부면에서 쇠락하거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691~692쪽, 「잡지 문화의 현재와 미래」70년 전의 해방 이래 이념과 자본, 권력 쟁투가 일으킨 큰 파랑에 따라 잡지는, 시대마다 모습은 다를지언정, 앎과 각성의 매개체로서 지성사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잡지의 본질이 말하고 듣고 나누는 것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종이 매체의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되어가는 지금, 잡지도 지성사도 종막을 앞두고 있을까? 저자는 ‘잡지’ 이면의 ‘잡지스러운 것’을 말하며 이렇게 덧붙인다.세계를 문자와 활자, 문학이란 행위로 포착하여 해석하고 변혁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그 방법들은 언제나 특정한 지적 장치와 유형으로 틀 지워져 있다. (…) 종이 잡지는 그 틀의 하나였던 것이다. (…) 영원한 플랫폼이나 ‘매개’(미디어)는 없다. 당장의 패자처럼 보이는 네이버나 페이스북, 구글 들도 지금과 같은 형태와 위세를 영원히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미디어 역사, 나아가 문화사의 법칙이다. 그러니 ‘잡지스러운 것’도 끝없이 모양을 바꾸고 다른 ‘매개화’를 겪을 것이다.
-727~728쪽, 「잡지 문화의 현재와 미래」<,b>-책속으로 추가-
1970년대를 기억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은 한창기가 쓴 창간사를 곰곰이 읽어볼 필요가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창간사는 70년대 후반에 바라본 한국문화의 ‘현재’에 대한 총론이라 할 만하다. “우리의 살갗에 맞닿지 않은 고급문화의 그늘에서 시들지도 않고 이 시대를 휩쓰는 대중문화에 치이지도 않으면서, 변화가 주는 진보와 조화롭게 만나야만 우리 문화가 더 싱싱하게 뻗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원론인데, 그렇게 “이 나라의 자연과 생태와 대중문화를 살피”겠다 한 이 창간사는 근대화와 서구화, 전통과 민중문화의 관계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갖고 ‘(무조건) 잘 살아보자’는 박정희식 개발주의를 반대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뿌리깊은 나무]의 사상은 대한민국 역 사상 첫 번째 생태주의의 흐름과 유관한 것인 듯하다.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는 근대화가 “자연의 균형을 잘 지키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고” 믿고 “이 나라의 자연과 생태와 대중문화를 가까이 살피려고” 한다 했다. ‘자연보호’의 기치가 속전속결식 중화학공업화와 함께 70년 대 후반에 등장하고 있었다.
70년대는 그런 시대였다. 한편에서는 박정희 국가가 사람들을 동원하고 억압하며 ‘고도성장’의 길로 내달리는 시대였지만, 다른 한편 전태일들과 한창기들의 시대였다. 박정희 국가가 채찍질해서 달리는 그만큼, 민중의 저항과 대중지성도 성장했다. 그런 시대정신에 부합했기 때문에 [뿌리깊은 나무]는 크게 공감을 얻고 잡지 문화를 바꿔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254쪽, 「개발독재 시대의 잡지 문화」『한국출판연감』이나 최일남이 언급한 잡지의 현 황이 불충분한 것은 군사정권의 문화공보부에 등록되지 못한 또는 등록을 거부한, 문자문화의 거대한 다른 지층 때문이다. 1980년대의 이 거대한 ‘언더그라운드’를 보면 한국인들과 젊은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전문화’가 아니라 ‘정치화·통합화’되고 있었다고 말해야 한다.
이 언더그라운드 때문에 80년대는 다시없을 잡지의 한 시대, 그리하여 지성사·문화사의 별난 한 세월이 되었다. 80년대는 비합법·반합법적인 인쇄 매체, 팸플릿과 무크 시대였던 것이다. 알다시피 무크(mook)는 잡지(magazine)와 단행본(book)의 중간 형태 혹은 합성물이 다. 무크를 내는 사람은 등록 절차 때문에 언론기본법의 억압을 피하고, 문공부 말단 관료의 얼굴을 보는 귀찮은 일 없이 잡지를 낼 수 있었다.
최초의 무크지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실천문학]도 1980년 3월 에 박태순 등에 의해 창간된다. [실천문학]은 고은, 박태순, 이문구, 송기원, 이시영 등 자유실천문인협회 소속 문학가들이 주도가 되어 만든 잡지였다.
-354쪽, 「운동으로서의 잡지, 저항으로서의 독서」80년대가 복사(複寫)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강조돼도 좋 을 것이다. 70년대 중반 이후에 건식 복사기가 관공서와 기업에 보급 되기 시작했고 70년대 말부터는 ‘대중화’되었다. 복사기의 다량 보급이 만들어낸 문화적 효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일일이 손으로 ‘필 사’하거나 ‘가리방’으로 만들어 뿌리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달라졌다. 즉, 정보 보관 방법, 정보 재생산 및 유통 방법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인쇄 매체의 대중적 대량 복제가 가능해져서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가 흐려지고 언더그라운드의 넓이는 무한대로 확장되었다.
내가 대학가 주변의 ‘인문사회과학 서점’ 주변을 어슬렁거린 것은 1987년부터였는데, 그 한켠에는 무슨무슨 단체의 ‘소식지’ 따위들과 함께 ‘전국적 정치신문(NPN)’이 손님들의 눈에 들기 좋은 자리에 진열돼 있었다.(물론 탄압 때문에 이 코너는 어느 날 갑자기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정치신문’으로 노동자계급의 전위 조직을 만들고 선전해야 한다는 레닌주의 정치조직 노선을 따라 만들어졌을 그 ‘신문’들은 ‘노동자의 길’ ‘노동계급’ ‘선봉’ ‘여명’, 심지어 ‘이스크라’ 같은 이름을 달고, 지금은 다 없어져버린 그 시대의 플랫폼 제작 도구인 타이프라이터와 ‘가리방’으로 만들어지다가, 조금 뒤에는 워드프로세서나 286컴퓨터로 제작되어 300~1000원 정도 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그 극성기는 1988~1992년으로 생각된다.
-361쪽, 「운동으로서의 잡지, 저항으로서의 독서」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저자 천정환
출판사 마음산책
ISBN 9788960902060 (8960902063)
쪽수 824
출간일 2014-11-01
사이즈 152 * 225 * 8 mm /97g
목차 또는 책소개 책을 엮으며 : 잡지 창간 정신과 창간사의 문화

1945~1949년 : 해방과 잡지 / “굶주린 독자여 맘껏 배불리 잡수시오”

연속과 불연속, 우리 문화사의 아르케
가난과 균열
중립 또는 중도 영역의 형성
분단 이후의 지식인
잡지 문화의 다른 새 출발
# 1945~1949년 잡지 창간사

1950년대 : 부활과 재출발 / “공기로서 자유, 평등, 번영의 민주 사회 건설에 미력을 바치고자 하는 바”

재건과 동시대 세계에의 참여
[사상계]의 한 세상과 냉전 질서의 안착
‘현대’ 그리고 문학ㅡ50년대식 문학잡지
새로운 독자층의 성장과 대중지
#1950년대 잡지 창간사

1960년대 : 지성과 대중문화의 새로운 공간 / “새 세대의 역사적 사명과 자각”

혁명과 지성의 새로운 공간
문학적 지성의 다른 경계들
대중의 형성과 욕망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잡지
예술·과학과 근대화
#1960년대 잡지 창간사

1970년대 : 개발독재 시대의 잡지 문화 / “이 나라의 자연과 생태와 대중문화를 가까이 살피려”

유신과 잡지ㅡ[샘터]와 [뿌리깊은 나무]
잡지 읽기와 대중문화의 확장ㅡV, POP, SPORTS
문학의 시대
고도성장과 잡지 문화
#1970년대 잡지 창간사

1980년대 : 운동으로서의 잡지, 저항으로서의 독서 / “사상의 대중화를 위하여”

‘흑역사’와 반전
땅속의 말
80년대적인 것과 문학
학술 운동과 사회과학 잡지의 시대
경제성장의 과실과 중산층의 새로운 삶
#1980년대 잡지 창간사

1990년대 : 문자문화의 마지막 전성과 ‘역사의 종언’ / “함께 꿈꾸세. 동상이몽이라도 좋으니. 그러면 세상은 달라질 거야”

응답하라… 응답하라… 1990’s
해방의 새로운 지평ㅡ적녹보
대중/문화의 새 시대
90년대 후반의 고민
1990년대 문학과 새로운 문학 공간
#1990년대 잡지 창간사

2000년대 : 잡지 문화의 현재와 미래 /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 더디고 더디게 올지라도”

인터넷 시대와 종이 잡지의 종막?
잡지 문화와 새로운 지식사회 1ㅡ언론 개혁과 보혁 이데올로기 전선
잡지 문화와 새로운 지식사회 2ㅡ논문 쓰기와 ‘지식인의 죽음’
‘잔여적인 것’의 존재 가치와 미래의 징후들
글로컬·혼종성·아시아
에필로그를 대신해서ㅡ잡지와 ‘잡지스러운 것’의 미래 운명
#2000년대 잡지 창간사

감사의 말

주요 잡지 창간 연표(1945~2014)
찾아보기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상품페이지 참고
저자 상품페이지 참고
출판사 상품페이지 참고
크기 상품페이지 참고
쪽수 상품페이지 참고
제품구성 상품페이지 참고
출간일 상품페이지 참고
목차 또는 책소개 상품페이지 참고
배송공지

사용후기

회원리뷰 총 0개

사용후기가 없습니다.

상품문의

등록된 상품문의

상품문의 총 0개

상품문의가 없습니다.

교환/반품

[반품/교환방법]
마이페이지> 주문배송조회 > 반품/교환신청 또는 고객센터 (070-4680-5689)로 문의 바랍니다.

[반품주소]
- 도로명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로 62-20 (산남동)
- 지번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 305-21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14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반품/교환비용]
단순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반품/교환 불가 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 (1) 해외주문도서 :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개인주문상품으로 단순변심 및 착오로 인한 취소/교환/반품 시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 ①양서-판매정가의 12%, ②일서-판매정가의 7%를 적용)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됩니다.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회원로그인

오늘 본 상품

  •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시대의 말 욕망의
    3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