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 : 북윈도
리뷰 0 위시 120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 요약정보 및 구매

미학의 전장, 정치의 지도

상품 선택옵션 0 개, 추가옵션 0 개

출판사 문학동네
저자 최정우
ISBN 9788954676403 (8954676405)
정가 18,000원
판매가 16,200원(10% 할인)
배송비 무료배송
포인트 정책 설명문 닫기

00포인트

포인트 정책 설명문 출력

선택된 옵션

관심상품

상품 정보

사은품
상품 기본설명
미학의 전장, 정치의 지도
상품 상세설명
비평가, 미학자, 작곡가 최정우가 『사유의 악보』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우리 시대 미학-정치의 지도 그리기

“나는 사유와 철학의 지향이 아픔에 있다고, 그 아픔의, 그 아픔에 대한, 그 아픔을 향한 열림의 형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모든 아픈 이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철학자, 작곡가, 비평가, 미학자 ‘람혼’ 최정우의 신간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미학의 전장, 정치의 지도』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2011년 비평에세이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출간 이후 저자가 근 10년 만에 펴내는 책이다. 정교하고 치밀하며 음악적인 문체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용산 참사, 천안함과 세월호,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페미니즘과 그 반동, ‘한국적’ 포스트모던 담론의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장면 등 이천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풍경을 미학과 감성의 차원에서 새롭게 읽어나간다.

목차
0. 서곡/열림 | Ouverture
- 어떤 의미에서, ‘우리’ 시대 미학-정치의 지도 제작법을 위한 글쓰기

1. 시적 정의와 용기 : 다시 (또다른) 인민이 되기 위하여
- ‘우리’와 ‘타자’의 이름을 다시 묻는 보편적 동시대인의 미학적 성명학

2. 눈뜸과 눈멂의 계보학: 하나의 시점, 두 개의 시선, 세 개의 시각 (1)

0. 미학과 정치의 풍경들을 위한 불가능한 지도 제작법
1. 하나의 시점: 모든 것을 보는 눈

3. 눈뜸과 눈멂의 계보학: 하나의 시점, 두 개의 시선, 세 개의 시각 (2)

2. 두 개의 시선: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는 눈(들)
3. 세 개의 시각: 삼위일체, 환영과 출현, 제3의 눈, 그리고 다시 외눈박이

간주곡 1: 감각적인 것의 밤과 정치적인 것의 낮
- 랑시에르의 정치-철학: 감성적/미학적 전복으로서의 정치와 해방

4. 이름과 호명의 미학, 고유명과 국적과 성별의 정치 (1)

0.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가사
1. “구미(歐美)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문형
2.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이라는 당위

5. 이름과 호명의 미학, 고유명과 국적과 성별의 정치 (2)

3.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라는 의무의 의문문 혹은 당위의 설의법
4.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라는 텅 빈 호명 혹은 형용모순의 틈
5. 호명되지 않는 이름, 고유명을 위하여: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간주곡 2: SNS 시대의 인문학, 개입하며 도래하는 징후의 응시

6. 증상의 발명, 상처의 봉헌, 흔적의 순례 (1)

0.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종교-도덕적 자기의식과 미학-정치의 자기형식들
1. 미학인가 정치인가: 새로운 투석전과 오래된 패션 사이의 선택 불가능성

7. 증상의 발명, 상처의 봉헌, 흔적의 순례 (2)

2. 증상의 발명
2-1. 아직 오지 않은 21세기를 위해, 아직 가지 않은 20세기로부터: 동시대인에게
2-2. 깊이와 표피, 현학성과 대중화 사이: 드물고 고귀한 것을 혐오하는 새로운 반달리즘
3. 상처의 봉헌
3-1.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 사이의 상처로서의 미학적 균열
3-2. 미학적 전장 위에서: 모래의 미학을 위(爲)하여, 혹은 모래의 미학에 반(反)하여
4. 흔적의 순례
4-1. 모래의 미학과 인민의 예술
4-2. 산책자의 공통감각적인 국가와 순례자의 이질감각적인 국경 사이에서: 하나의 전쟁

8. 불가능의 물음과 이름들, 우회로의 주체와 지명들

간주곡 3: 전위, 도래하지 않는 봄을 위한 불가능한 제전

9. 선언의 픽션, 금기의 딕션 (1): 나는 국회의사당을 폭파했다

10. 선언의 픽션, 금기의 딕션 (2): 민주주의를 만나면 민주주의를 죽여라
─ ‘순수 민주주의 비판’을 위한 하나의 시론

11. 후기/뒷면 | Postface : 우리, 포스트모던인[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던 사람]들
- 알리바이로서의 모던과 포스트모던, 아포리아로서의 번역과 번안

0. 세대 없는 세대론: 경험과 징후로서의 모던/포스트모던
1. 문제설정: 이식 혹은 이행, 발견 혹은 발명으로서의 번역어
2. 자유주의의 징후와 번역의 수행성: ‘차연’ 혹은 ‘차이’, ‘해체’ 혹은 ‘탈-구축’
3. 미학에서 정치로, 미학에서 정치를: ‘미학’ 혹은 ‘감성론’
4. 알리바이인가 아포리아인가: ‘포스트모던’ 그 자체?
책속으로
나의 글쓰기는, 어떤 의미에서, 세월호 사건 이후에 정지되었다. 나는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은, 이 첫 문장이 포함하고 있는 세 단어의 의미와 무의미를 되돌아보고 그를 통해 어렵사리 앞으로 나아가려는-그러나 정작 앞과 뒤가 어디인지도 전혀 모를 캄캄한 암흑 속의-그 모든 시도들을 위한 알리바이였다.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고, 또한 그렇게 말해야 한다. (14쪽)불가능성을 조건으로 가능성을 일구는 일,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에 미학적 혁명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일, 그래서 우리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으로만 치부하던 어떤 비가시적 영역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올 수 있는 가능성을 포착하는 일, 바로 그것이 내가 이 불가능한 지도 제작법을 통해 기도하고 시도하려는 것이다. (48쪽) 나는 사유와 철학의 지향이 아픔에 있다고, 그 아픔의, 그 아픔에 대한, 그 아픔을 향한 열림의 형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모든 아픈 이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48쪽)지고의 미학은 드물고 고귀한 것, 지상의 정치는 헤프고 남루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자연스러운 위계, 당연한 이분법 아래에서 우리는 동시에 무언가 많은 것들을 착각해왔고 또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드물고 고귀한 것은 헤프고 남루한 것과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드물고 고귀한 것은 그렇게 헤프고 남루한 것을 통과할 때에만 비로소 바로 그 자신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고의 것은 지상의 나락으로 처박힌다. 드문 것은 남루한 것 안에 있고, 헤픈 것 안에서 고귀한 것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몰락이나 전락 혹은 추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저 드물고 고귀한 것이 이 헤프고 남루한 것과 교차하고 충돌하는 ‘유물론적 미학’의 한 불가능한 형태를, 다시 말해 시도하는 동시에 사라지지만 바로 그러한 사라짐 속에서만 오히려 가장 결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감행될 수 있을 미학-정치의 한 형태를, 이미지와 글쓰기가 병치되는 하나의 시공간 안에서 제시해보고자 한다. (87쪽)그는, 어쩌면 너무나 ‘진부하게도’, 그저 이불 빨래를 널고 있다. 그는, 말하자면, 저 위에서, 여전히,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 살아가야만 하는 것. 삶은 저 위에서도, 아래의 모든 광경을 다 내려다볼 수 있는 저 높디높은 드물고 고귀한 전지적 장소에서도, 여전히 남루하고도 헤프게 계속되고 있는 어떤 것, 삶은 저 위에서라고 해서 결코 유예되거나 지연되거나 면제되는 법이 없는 어떤 것이다. (91쪽)철학과 예술은 결코 대중화될 수 없는 담론, 바로 그러한 대중화에 언제나 가장 격렬하게 저항하는 담론이다. 반복하자면, 그것(들)은 결단코 절대 대중화될 수 없으며 바로 그러한 대중화로부터 이탈하려는 충동과 욕망을 자신의 동기이자 추진력으로 삼는다. 이는 철학과 예술이 대중화 ‘따위’가 범접할 수 없는 어떤 고상함과 위계적 성격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그런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드물고 고귀한 것은 언제나 헤프고 남루한 것과 함께 도래한다. (277쪽)순례한다는 것, 그것은 감각의 지도를 새로 그린다는 것, 미학과 정치의 새로운 지도 제작법을 꿈꾼다는 것, 그러나 안온한 산책 안에서가 아니라 위험천만한 경계 위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명된 증상을 진단하고, 그 증상에 도리어 상처를 내 균열을 열며, 그 균열이 만들어낸 흔적을 순례하는 것. 아마도 이것이 나와 당신, 우리 동시대인 앞에 놓인 사유의 작업, 미학과 정치의 지도를 다시금 새롭게 짜고 제작하기 위한, 하나의 지침일 것이다. (308쪽)포스트모던의 시대란, 모든 것이 접속 가능하고 모든 것이 해방 가능하며 또한 모든 것이 탈주 가능한 대단히 탈-역사적인 시공간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바로 그러한 거대한 환상에 의해 작동할 수 있었고 또 그 존재 자체가 가능했던 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14쪽)
출판사 서평
“나의 글쓰기는, 어떤 의미에서, 세월호 사건 이후에 정지되었다.”
이 책은 이 하나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한국 사회의 중대한 분기점이 된 ‘세월호’ 이후 긴 침묵의 시간, 사유의 숨고르기를 거치고 난 뒤 비로소 저자는 이 책을 묶어낸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어는 ‘미학-정치’이다. ‘정치-미학’이 아니라 ‘미학-정치’, 정치에 어떤 미학이 있다거나 정치가 미학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거꾸로 어떤 미학이 그에 따른 특정한 정치를 파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때의 미학은 흔히 이해되듯 미와 예술에 대한 담론이 아니다. 인간과 그 인간들의 사회 안에 흐르는 감성, 감각적인 것에 대한 담론을 말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감성, 감각적인 것에 대한 일종의 ‘지도’로서의 미학이 바로 우리의 정치성의 ‘영토’들을 구성한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감성’의 차원을 여러 대조적인 형용사들로 압축해서 표현한다. 미학과 감성은 명사나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의 사유임을 제목에서부터 이미 이렇게 암시한다.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은 역설과 모순으로 가득하고 그 역설과 모순이 생명력 자체로 작동하는 한국 사회의 기이한 과거/현재에 대한 직관이자 통찰이며 동시에 다가올 가능성/불가능성에 대한 전망이기도 하다. 이 제목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에서 드물고 고귀함이란 오히려 헤프고 남루한 것 안에서만 발견되는 일종의 성스러움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책은 “오직 남루함 속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어떤 탁월한 드묾, 그리고 오직 헤픈 보편성 안에서만 발명할 수 있는 어떤 탁월한 고귀함”에 대한 이야기다.(18쪽) 그래서 또한 이 책이 다루는 미학은 ‘드물고 고귀한’ 상부 문화의 산물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가능하게 하는 ‘헤프고 남루한’ 기저의 조건이 된다.
“지고의 미학은 드물고 고귀한 것, 지상의 정치는 헤프고 남루한 것일지 모른다. (…) 드물고 고귀한 것은 헤프고 남루한 것과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드물고 고귀한 것은 그렇게 헤프고 남루한 것을 통과할 때에만 비로소 바로 그 자신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고의 것은 지상의 나락으로 처박힌다. 드문 것은 남루한 것 안에 있고, 헤픈 것 안에서 고귀한 것이 등장한다.”(87쪽)세월호냐 천안함이냐저자는 천안함과 세월호, 이 두 배의 이름과 그에 얽힌 사건의 이미지들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유일한 철학적 대상’이며, 이는 또한 우리의 ‘미학’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밝힌다. 이 두 배의 이름은 더이상 단순한 이름에 머물지 않는다. 어떤 특정한 정치는 ‘우리’의 이름으로 ‘천안함’이라는 이름을 필요로 하고 소환하며, 반대로 ‘세월호’라는 이름을 지워버리려고 애쓴다. 이러한 정치는 어떤 감성의 지도, 어떤 미학의 경계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므로 진리나 윤리가 미학의 전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미감을 이루는 감성적인 것 자체가 바로 ‘우리’라는 이름으로 당연시되는 진리나 윤리를 근거 짓는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천안함이냐, 세월호냐. 이것은 우리에게 마치 하나의 정치적 선택처럼 여겨지게 된 것은 아닌가, 모든 ‘우리’들은 먼저 이렇게 물어야 한다. 말하자면 천안함으로 재현되는 서사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세월호로 상징되는 서사를 선택할 것인가, 이는 마치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갖는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선택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적 시험지 역할을 하게 되어버린 것. 그러나 또한 이러한 선택이 단지 좁은 의미에서의 ‘정치’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선택지의 구분 혹은 이러한 이분법은 그 자체로 ‘우리’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가 지칭하는 집단이 전혀 다른) 이름으로 호명된 주체들이 사회 안에서 나누고 있고 또 그 스스로가 나누어져 있는 어떤 감성의 지도를, 그 미학의 분배/구획 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대표적인 지표이자 핵심적인 징후가 된다.”(20~21쪽) ‘우리’ 시대의 ‘미학-정치’그렇다면, 다시 ‘미학’의 의미를 돌아봐야 한다. 미학(美學)이라고 아름답고 편협하게 번역된 의미가 아니라, aesthetics의 본래적 의미, 근원적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학이 하나의 학제로서 성립한 것은 칸트 이후인데, 우리가 통상 ‘미학’으로 번역하는 독일어 ‘?sthetik’, 영어 ‘aesthetics’, 프랑스어 ‘esth?tique’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감각학’ 또는 ‘감성학’의 의미에 더 가깝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미학도 시간과 공간이라는 선험적 형식을 다루는 칸트의 ‘감성학’에 맞닿아 있으며, 또한 자크 랑시에르의 핵심 개념인 ‘감각적인 것의 나눔/분할/분배’가 의미하는 정치적 함의를 반영한다. 랑시에르는 ‘감각’ 혹은 ‘감성적인 것’의 어원에서 미학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데, 랑시에르에 의해 새롭게 이해된 미학, 감성학, 감각학에 따르면, “하나의 미학이 특정한 정치의 반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정치가 바로 특정한 미학 때문에 가능하게 되는 무엇”(413쪽)이다. 그러한 감각적인 것의 지형도 위에서 어떤 정치가 가능하며 또한 불가능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의 주요 개념인 ‘미학-정치’의 지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우리는 세월호 유가족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아파하며 시위를 이어간 시민들은 옳았고 그들을 조롱하던 ‘일베’는 틀렸다고 말하지만, 바로 그 ‘일베’의 비-정치와 몰-정치를 구성하는 조건 역시 그들의 어떤 미학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서로 다른 미학의 충돌, 상충하는 감성의 세계관이 격돌하는 전장이다. 그래서 이 책은 또한 바로 그 ‘미학의 전장’ 위에서 드러나는 아픔들에 주목하면서, 그 전장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거나 불가능해지는 ‘정치의 지도’를 그리고자 한다.
쉬운 예로, 남한에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심지어 자칭 반민족주의자나 반국가주의자라 할지라도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본능처럼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는 어렵다. 우리는 ‘애국’의 이데올로기가 상상적으로 만들어진 역사적 구성물임을 알고 있음에도 감성적으로는 전혀 다르게 반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미학과 감성의 영역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더욱 긴급한 문제는 단순히 협소한 정치적 영역에서의 설득이나 반전이 아니라 오히려 기저의 미학과 감성의 영역에서 시도할 수 있는 어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들의 ‘혁명’이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촛불 집회의 반대편에서 벌어졌던 태극기 집회는 역사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애국’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이 스스로 국가의 대변자라도 되는 양, 집단적인 가해자/권력자로 스스로를 자기매김한 현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어떤 특정한 정치적 집단이 어떤 미학의 지도, 어떤 감성의 나눔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의식, 사회의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의식, 핍박받는 자와 핍박하는 자의 의식은, 그래서 단순한 ‘정치적 의식’의 구분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근본적인 감성적인 것의 나눔이라는 ‘미학적 무의식’의 산물일지 모른다. 사유와 이미지가 교차하는 감성의 지도이 책에는 보도사진과 현대 회화, 영화 속 장면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등장하며, 이 하나하나의 이미지가 우리 시대 ‘미학-정치’의 풍경을 구성한다.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시위자를 위협하는 용역 깡패의 폭력적 이미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타워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이불 빨래를 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이어진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삼면화 〈십자가형〉과 빌 비올라의 〈낭트 삼면화〉를 경유하여 시선, 감각적인 것의 분할을 사유하기도 하고, 고야의 그림 〈1808년 5월 3일〉과 피카소의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을 병치하면서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절멸’의 욕망과 신화를 들여다본다.
현재와 과거, 동양과 서양, 범속한(‘남루하고 헤픈’) 이미지와 예술적(‘드물고 고귀한’) 이미지들의 잡종적인 교차는 이 책에서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이 시대 미학-정치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전략이다. 또한 한국 사회의 다이내믹하고 스펙터클한 현상들 위에 데리다와 들뢰즈, 랑시에르와 아감벤의 논의를 끌어와 유려하게 펼치는 혼종적인 글쓰기는 그 자체로 모던과 포스트모던이 동시적이면서 시대착오적으로 병존하는 한국적 사유의 지형도를 스스로 재현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선언의 픽션, 금기의 딕션’이라는 제목이 붙은 두 개의 장에서는 비평적 에세이(딕션)와 허구적 이야기(픽션)가 교차하는 또다른 내용-형식의 전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탈출구가 없는 듯 보이는 이 시대의 알리바이를 분쇄하고 그 아포리아, 곧 그 ‘길 없음’에서 오히려 어떤 ‘길’을 내려는 이 ‘불가능성’의 모든 전략과 시도들은, 결국 정치적 쇄신이 아니라 미학적 혁명의 ‘가능성’으로 통한다.
후기/뒷면의 제목에도 나오듯, 지극히 포스트모던한 상황 속에 있으면서도 실상 제대로 포스트모던인이었던 적은 없는 이 착종과 분열, 불협화음은 한국 사회의 독특한 자화상에 다름 아니며, 이 책은 형식과 구성 면에서도 그 자화상을 재현하고 더 나아가 그 분열을 덧내면서 그 상처의 흔적을 순례하는 기록, 아픈 사유의 악보이다.
“순례한다는 것, 그것은 감각의 지도를 새로 그린다는 것, 미학과 정치의 새로운 지도 제작법을 꿈꾼다는 것, 그러나 안온한 산책 안에서가 아니라 위험천만한 경계 위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명된 증상을 진단하고, 그 증상에 도리어 상처를 내 균열을 열며, 그 균열이 만들어낸 흔적을 순례하는 것. 아마도 이것이 나와 당신, 우리 동시대인 앞에 놓인 사유의 작업, 미학과 정치의 지도를 다시금 새롭게 짜고 제작하기 위한, 하나의 지침일 것이다.”(308쪽)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
저자 최정우
출판사 문학동네
ISBN 9788954676403 (8954676405)
쪽수 420
출간일 2020-12-17
사이즈 131 * 211 * 30 mm /497g
목차 또는 책소개 0. 서곡/열림 | Ouverture
- 어떤 의미에서, ‘우리’ 시대 미학-정치의 지도 제작법을 위한 글쓰기

1. 시적 정의와 용기 : 다시 (또다른) 인민이 되기 위하여
- ‘우리’와 ‘타자’의 이름을 다시 묻는 보편적 동시대인의 미학적 성명학

2. 눈뜸과 눈멂의 계보학: 하나의 시점, 두 개의 시선, 세 개의 시각 (1)

0. 미학과 정치의 풍경들을 위한 불가능한 지도 제작법
1. 하나의 시점: 모든 것을 보는 눈

3. 눈뜸과 눈멂의 계보학: 하나의 시점, 두 개의 시선, 세 개의 시각 (2)

2. 두 개의 시선: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는 눈(들)
3. 세 개의 시각: 삼위일체, 환영과 출현, 제3의 눈, 그리고 다시 외눈박이

간주곡 1: 감각적인 것의 밤과 정치적인 것의 낮
- 랑시에르의 정치-철학: 감성적/미학적 전복으로서의 정치와 해방

4. 이름과 호명의 미학, 고유명과 국적과 성별의 정치 (1)

0.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가사
1. “구미(歐美)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문형
2.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이라는 당위

5. 이름과 호명의 미학, 고유명과 국적과 성별의 정치 (2)

3.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라는 의무의 의문문 혹은 당위의 설의법
4.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라는 텅 빈 호명 혹은 형용모순의 틈
5. 호명되지 않는 이름, 고유명을 위하여: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간주곡 2: SNS 시대의 인문학, 개입하며 도래하는 징후의 응시

6. 증상의 발명, 상처의 봉헌, 흔적의 순례 (1)

0.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종교-도덕적 자기의식과 미학-정치의 자기형식들
1. 미학인가 정치인가: 새로운 투석전과 오래된 패션 사이의 선택 불가능성

7. 증상의 발명, 상처의 봉헌, 흔적의 순례 (2)

2. 증상의 발명
2-1. 아직 오지 않은 21세기를 위해, 아직 가지 않은 20세기로부터: 동시대인에게
2-2. 깊이와 표피, 현학성과 대중화 사이: 드물고 고귀한 것을 혐오하는 새로운 반달리즘
3. 상처의 봉헌
3-1.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 사이의 상처로서의 미학적 균열
3-2. 미학적 전장 위에서: 모래의 미학을 위(爲)하여, 혹은 모래의 미학에 반(反)하여
4. 흔적의 순례
4-1. 모래의 미학과 인민의 예술
4-2. 산책자의 공통감각적인 국가와 순례자의 이질감각적인 국경 사이에서: 하나의 전쟁

8. 불가능의 물음과 이름들, 우회로의 주체와 지명들

간주곡 3: 전위, 도래하지 않는 봄을 위한 불가능한 제전

9. 선언의 픽션, 금기의 딕션 (1): 나는 국회의사당을 폭파했다

10. 선언의 픽션, 금기의 딕션 (2): 민주주의를 만나면 민주주의를 죽여라
─ ‘순수 민주주의 비판’을 위한 하나의 시론

11. 후기/뒷면 | Postface : 우리, 포스트모던인[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던 사람]들
- 알리바이로서의 모던과 포스트모던, 아포리아로서의 번역과 번안

0. 세대 없는 세대론: 경험과 징후로서의 모던/포스트모던
1. 문제설정: 이식 혹은 이행, 발견 혹은 발명으로서의 번역어
2. 자유주의의 징후와 번역의 수행성: ‘차연’ 혹은 ‘차이’, ‘해체’ 혹은 ‘탈-구축’
3. 미학에서 정치로, 미학에서 정치를: ‘미학’ 혹은 ‘감성론’
4. 알리바이인가 아포리아인가: ‘포스트모던’ 그 자체?
배송공지

사용후기

회원리뷰 총 0개

사용후기가 없습니다.

상품문의

등록된 상품문의

상품문의 총 0개

상품문의가 없습니다.

교환/반품

[반품/교환방법]
마이페이지> 주문배송조회 > 반품/교환신청 또는 고객센터 (070-4680-5689)로 문의 바랍니다.

[반품주소]
- 도로명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로 62-20 (산남동)
- 지번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 305-21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14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반품/교환비용]
단순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반품/교환 불가 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 (1) 해외주문도서 :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개인주문상품으로 단순변심 및 착오로 인한 취소/교환/반품 시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 ①양서-판매정가의 12%, ②일서-판매정가의 7%를 적용)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됩니다.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회원로그인

오늘 본 상품

  •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
    드물고 남루한, 헤
    16,200